2020년 04월 24일 KBS 생방송 아침이 좋다 뉴스룸 청소년 무면허운전 교통사고 전문 피해자 변호사 정경일 인터뷰 내용입니다.

강승화/오늘아침 뉴스룸 시간입니다. 

요즘 부쩍 뉴스 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사고가 있습니다. 

10대들의 무면허 운전 사고인데요.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그리고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와 함께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최·정/(인사)

강승화/먼저 준비된 영상부터 확인해 보시죠.

 최진봉 교수 Q 

이승현/요즘 이런 소식이 참 많이 들리는 것 같아요. 10대 무면허 교통사고, 얼마나 일어나고 있나요?

최진봉/‣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고,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것. 실제로 최근 두 달이 채 안 되는 사이에 알려진 10대 무면허 사고만 해도 10건을 훌쩍 넘는다는 보도가 있다. 

‣ 먼저 지난 주말, 경기도 광주에서 중학생 3명이 한 주택가에서 키가 꽂힌 채 세워진 승용차를 훔쳐 달아나 운전한 사건. 승용차 주인의 신고로 수배된 차량을 쫒던 경찰에 의해 3km 가량을 추격 끝에 도로에 있던 다른 SUV차량과 전신주 등을 잇따라 들이받으며 멈췄다. 세 명은 모두 동갑내기 친구인 것으로 확인. 뒷좌석에 타고 있던 1명이 가벼운 부상, 나머지 2명은 도주했다가 이후 잡혀. 

‣ 이밖에도 지난달 29일 대전 동구의 한 네거리에서 훔친 렌터카를 몰던 10대 청소년 8명이 경찰 검문에 걸리자 뒤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도주하면서 경찰과의 추격전 중 사망사고를 내기도 했다. 

‣ 앞에 영상에서도 언급됐듯이 적발 건수는 매년 7000~9000여 건으로 꾸준히 발생.

(# VCR③ IN / 화면 보며 내용 참고해주세요)

강승화/대전에서 일어난 오토바이 운전자 사망사고 같은  경우는... 10대들이 서울에서 차를 훔쳐서 대전까지 이동한 후에 사고를 낸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긴 거리를 질주했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도로 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최진봉/‣ 오래 전부터 무면허운전 단속 방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아. 음주운전 측정 시 운전면허증을 요구하거나 수상하다 생각되는 사람들을 직접 조회하는 게 전부. 최근 전산이 발달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불심건물이 예전보다 쉽게 이루어지긴 했지만 여전한 한계.... 

‣ 현재로서는 10대들의 무면허 운전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경찰들이 불심검문을 하지 않으면 방안이 없는데 이것조차 쉽지 않다. 

‣ 최근에는 사고가 났을 때 부모에게 책임을 물려 사고를 처리하고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지도를 요청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정경일 변호사 Q 

이승현/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이슈가 돼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이라는 점이죠. 현행법상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정경일/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정경일/‣ 대전에서 일어난 사고의 경우, 차량 절도, 무면허 운전, 뺑소니 사망에 대해서 가장 중한 죄인 뺑소니치사 특가법 5조의3에 따라서 원칙적으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져야 되는데,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라 현행법상 형사 처벌 할 수 없습니다.

형법 제9조 (형사미성년자)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범법소년 : 만 10세 미만 → 처벌 불가

• 촉법소년 : 만 10세~14세 미만 → 형사처분 X 보호처분 O

• 범죄소년 : 만 14세~19세 → 형사처분 O 보호처분 O

‣ 다만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어 형사처분을 받지 않지만  보호처분은 받습니다. 하지만 10단계 처분 가운데 가장 무거운 처분이 장기 소년원 송치인데 장기라고 해도 최장 2년으로 제한된다. 거기다 통상 중간심사를 거쳐 1년을 전후해 풀려나는 경우가 많고 소년보호재판은 이른바 ‘빨간 줄’이라고 하는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 이 때문에 청소년들의 강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 1월 현재 만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등 처벌을 확대·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고, 관련법 개정도 추진 중에 있다. 

‣ 하지만 법조계에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이 근본대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연령 조정 외에도 청소년 범죄 양태와 특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종합적인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강승화/촉법소년 연령 조정이나, 관련법 개정에 대한 변호사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정경일/‣ 촉법소년을 형사처벌하기보다 교화의 대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근본취지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형사미성년자 즉 만 14세 미만 어린이를 처벌하지 않는 형법규정은 1953년 만들어졌고 지금 선거연령이 20세에서 18세로, 성인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하향되고 있고 청소년의 정신적, 육체적, 교육적 환경이 1953년보다 훨씬 많이 상승되어 촉법소년의 연령 조정은 필요해 보입니다. 

‣ 그리고 지금 계속 이슈화 되는 것이 강력범죄의 피해자는 계속 발생하는데 책임질 사람이 없어 국민의 법감정에도 배치되어 피해자의 분노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촉법소년 즉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더라도 기존에 형사처벌 받지 않던 청소년이 무조건 형사처벌 받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기소유예 법원의 선고유예 형사처벌 대상이라도 소년보호재판도 가능하기 때문에 연령하향이 형사미성년자를 무조건 처벌하는 것도 아니고 교화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 그리고 피해자와 국민의 공분은 누가 책임질 것 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강승화/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10대들의 무면허 운전...어떻게 이뤄지는지. 

한 사례를 블랙박스 영상으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이승현/사고의 경중을 떠나서... 운전대를 잡아보고 싶은 건 청소년기 호기심의 영향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세요?

최진봉/‣ 청소년들은 어른을 모방하려는 강한 심리와 호기심으로 무턱대고 운전대를 잡는다. 특히 요즘 10대들은 각종 게임에서 터득한 방법으로 면허가 없어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아이들이 게임에서 운전 레이스를 하면서 운전을 장난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괴리감 없이 무면허 운전을 시도하는 10대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 그중에서도 우범 소년들은 전국구로 다니기 때문에 차가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부모의 차량을 몰래 타거나 차를 훔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한다. 

강승화/부모의 차량을 몰래 타거나 거리에 세워져 있는 차량을 훔치는 것 말고도 렌트카를 이용해 운전을 하다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실제로 어떤가요?

정경일/‣ ‘쏘카, 그린카’ 등 카셰어링이나 차량 공유앱도 10대 무면허 사고 기승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계약인 만큼, 미성년자들이 카쉐어링에 필요한 자료를 도용해 차량을 대여할 수 있다.

‣ 카셰어링은 차량을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보관소에서 차를 빌리는 제도로, 시간 단위로 대여가 가능해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이용자 본인 대면 인증 절차가 허술해 차량을 쉽게 빌릴 수 있다. 

‣ 뿐만 아니라 상당수 카셰어링 차량 보관소가 무인으로 운영되는 탓에 실제 운전자와 빌린 사람이 동일 인물인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승현/본인 확인 절차의 빈틈이 10대들이 쉽게 운전대를 잡게 하는 거군요. 

또 어떤 수법들이 있나요?

최진봉/‣ 요즘은 SNS를 통해 차량을 빌릴 수 있다. 부모님 면허증 등을 이용하거나 면허증이 없어도 가능한 경우도 있다. 

‣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나 SNS를 통해 '공유 차량' 아이디를 '돈'을 받고 빌려주기도 한다. 아이디 대여비로 사용 시간에 따라 1, 2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까지 거래되기도 한다고. ‣ 모두 불법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신분을 감추고 공유 차량 아이디를 사서 차량을 빌릴 수 있는 것. 이런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이용자 본인 확인 절차 강화와 카셰어링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한 카셰어링 업체에서 이런 문제로 아이디를 만들 때 문자 인증을 받도록 하고, 결제할 때도 카드 번호를 확인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방법도 지금 상황으로는 허점이 있고,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한데 그렇게 일일이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한계다. 

강승화/촉법소년 연령을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예방을 위한 논의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경일/‣ 청소년들은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자동차와 운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들이 현실적으로 제대로된 운전을 배울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전면허 취득은 만 18세 이후에야 가능하다.

‣ 이를 개선하기 위해 면허시험 응시 연령을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처럼 16세에서 17세로 낮추자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비슷한 청원이 종종 올라온다. 

‣ 청소년들의 무면허 운전은 무조건 막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보다 현실적인 해법으로, 면허취득 조건은 강화하되 면허취득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등 제도를 손질할 필요도 있어 보임. 고등학생이 되면 운전 욕구가 한창 커지는데 무조건 못하게 하기보다 운전하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 무면허 사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승현/면허시험 응시 연령을 낮추게 되면, 그만큼 교통안전 교육도 일찌감치 받을 수 있겠네요? 

최진봉/‣ 그렇다. 10대 청소년은 자동차 운전에 대한 호기심이 높은 나이. 그러나 운전에 따르는 책임감과 사고의 위험성 등은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무면허 사고를 줄이려면 자동차가 순식간에 무서운 흉기로 돌변할 수 있으며, 면허없이 운전석에 앉는 건 자신뿐 아니라 남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중대 범죄라는 사실을 일깨워줘야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로 하는 운전이 아주 잠깐이라도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 지금까지의 초등학생에 대한 교통교육은 보행자 중심의 교통교육이었다. 하지만 초등학생도 어른이 되고 운전면허를 가지게 되고 운전자가 된다. 이들이 잠재적 운전자라는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는 운전에 대한 부분도 교통교육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강승화/차량을 도난당하거나 도난 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차주는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정경일/‣ 차량 파손에 대해서는 청소년이 형사미성년자라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민사손해배상에서는 부모에게 민법 755조에 따라 관리감독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부모의 자녀관리 해태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민사손해배상에서 13세 이상의 책임능력은 사안별로 인정하기도 해, 청소년에게도 손해배상청구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즉 부모와 청소년을 상대로 연대책임 물을 수 있습니다.

‣ 문제는 차량으로 다른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사상에 대해서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차주의 운행자성이 인정되면 도리어 피해자에게 차주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차주가 차량키를 차안에 둔다거나 시동을 건 채로 두어 차량관리를 게을리 했다면 여전히 운행자성이 있어 차주까지 사고에 대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승현/네. 오늘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