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버스에서 넘어진 승객, 법원은 손잡이·핸드폰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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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통사고 로펌 댓글 0건 작성일 2021-12-06 17:21:09본문
정경일 변호사의 교통사고 로펌 | |
한겨레 버스에서 넘어진 승객, 법원은 손잡이·핸드폰을 본다 언론보도 | 2021.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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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0일 한겨레 버스에서 넘어진 승객, 법원은 손잡이·핸드폰을 본다
교통사고 피해자 전문 변호사 정경일 인터뷰 내용입니다.
“승객 여러분,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에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들어봤을 버스 안내방송입니다. 상당수 승객은 미처 내리기 전에 버스가 출발할까 마음이 급해 보통 정차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기자 역시 휘청거리다 넘어질 뻔한 경우가 꽤 있는 편입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일까요. 최근 기사(버스 멈추기 전 일어섰다 넘어진 승객…대법원 손해배상 판단은?)에 대한 독자 반응은 ‘지루한’ 대법원 판결 기사치고는 꽤 많았습니다.
기사 내용을 다시 간단하게 설명드리면, 버스에서 승객이 부상 당했을 때 무조건 버스 기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은 아닙니다. 자동차 사고로 승객이 다쳤을 때 승객의 책임을 운전기사가 입증하지 못하면 승객 부상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993년 판례(93다6560)과 2008년 판례(2006다18303) 등을 통해 대법원이 그동안 내놓았던 판결의 반복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독자 댓글에선 ‘탁상공론’ 아니냐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버스 기사가 승객이 부상당할 때마다 어떻게 고의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겠냐면서 말이죠. 자해공갈단도 있을 수 있는데 대법원이 지나치게 안일하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정말 버스에서 승객이 다쳤을 때 법원은 버스 기사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걸까요?
먼저 어떻게 책임 유무가 판단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버스에서 승객이 다치면 보통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민사적으로 해결을 봅니다. 버스 기사가 형사처벌까지 받는 경우는 드문데요. 민사 영역으로 넘어가면 보험사 등이 과실 정도를 판단하게 됩니다.
버스 안에서 사고가 났을 땐 전국 시내·시외 버스회사 대부분이 가입한 전국버스공제조합이 주로 보험사 역할을 맡아 승객의 고의 여부와 과실 정도를 따져봅니다. 공제조합은 CCTV나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과실 여부를 측정하는데요. 보통 버스 운행 중에 발생한 사고라면 운행사 쪽 과실이 인정되는 편입니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뒤 승객이 계단에서 내려가다 넘어져 다쳐도, 비가 와서 계단이 젖어있다면 바닥을 닦지 않은 운행자 쪽 과실이 인정돼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제조합에서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때는 피해자 과실도 살펴 금액을 깎습니다. 피해자 스스로 자기 안전을 챙길 주의의무가 있기 때문인데요. 공제조합에선 ‘차내에 서 있다가 넘어진 사고’의 경우 피해자 쪽 과실을 10~20% 정도로 봅니다.
공제조합과 보상금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이 붙겠죠. 법원은 관련자 진술과 당시 상황, 승객 고의 여부를 따져 과실 정도를 정하게 됩니다. 그동안 법원은 승객 과실이 인정됐을 땐 승객에게도 일정 책임을 묻는 판결을 이어왔습니다. 2017년 울산지법은 비가 온 날 버스 바닥에 물기가 있어 승객이 미끄러져 다친 사건에 대해 승객 과실을 절반 인정했습니다. 승객이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손잡이를 안 잡고 움직이다가 다쳤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버스 기사 책임도 절반 인정했습니다. 버스를 완전히 정차한 다음에 출입문을 열어 승객이 부상을 당하지 않게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게을리했다는 겁니다.
2011년 서울 구로구에선 유턴하던 택시 때문에 버스가 급정차하며 승객이 뇌진탕 피해를 입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승객도 손잡이를 제대로 잡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20% 과실을 인정합니다. 운전석 근처에 서있다가 버스가 출발할 때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져 다친 승객에게도 서울중앙지법은 승객 과실을 30%로 봤습니다. 2013년 서울 강북구에서 버스 기사가 앞문을 완전히 닫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해 승객이 추락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승객 과실 20%를 인정합니다. “버스에 탑승하면서 전화통화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안전을 살피지 않은 잘못”이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입증 책임이 버스 회사 쪽에 있지만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손잡이를 잡지 않는 등 ‘자신의 안전을 살피지 못하다’가 부상 당했을 땐 법원은 승객 책임도 묻고 있습니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뒤 일어나달라’는 안내방송을 어기고 먼저 일어났다가 손잡이를 잡지 않아 넘어졌을 땐 승객 과실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교통사고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정경일 변호사(법무법인 L&L)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승객이 부상했을 때, 이에 대한 고의 여부 증명이 버스 회사 쪽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버스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가 사고가 나면 승객에게 50% 이상 과실이 주어질 수도 있다. 스스로 안전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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