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보니] '음주운전' 2명 중 1명은 재범…관련법은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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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5.06. 오후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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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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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친 사람은 없다하더라도, 술에 취한 운전자가 도심 한복판을 달렸다는 소식은, 가슴은 철렁합니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이 음주 운전은 했던 사람이 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처벌과 방지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단 얘기인데 대책 법안들은 어떤 상태인지, 사회부 전정원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전 기자, 음주운전 재범률이 얼마나 됩니까.

[기자]
네, 지난달 8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대낮 음주운전 차에 치여 안타깝게 숨진 9살 배승아 양의 비극이 대표적입니다. 운전자인 전직 공무원 66살 방모씨는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된 전력이 있었는데요, 방 씨 같은 상습 음주운전자는 최근 5년 동안 한 해 평균 5만8000명에 달합니다. 재범률이 44% 정도로, 음주단속에 걸린 두 명 중 한 명은 다시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는 셈입니다.

[앵커]
윤창호법, 민식이법 등으로 처벌이 강화됐는데도 똑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면, 처벌 수위가 높냐 낮냐의 문제보다는 다른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기자]
네, 먼저 음주운전 적발 후 운전면허가 다시 살아나는 기간이 짧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돼도, 혈중 알코올농도와 사고 피해 정도에 따라 현행법상 짧게는 100일, 길면 5년 뒤 운전대를 다시 잡을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 가운데 가장 죄질이 나쁜 음주 사망 사고나 음주 뺑소니가 최장 5년동안 면허가 취소되고, 대부분의 경우엔 2~3년이면 다시 면허를 딸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앵커]
이 정도면 면허 결격 기간이 짧은 걸까요? 해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선진국의 경우 음주운전자에 대한 면허 취소와 정지 조치는 상당히 강력합니다. 미국과 독일, 호주에는 음주량과 사고 정도에 따라 평생 운전을 금지하는 '영구 면허 박탈' 제도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단 한 번의 음주운전에도 3년, 인명 피해가 나면, 10년 간 운전대를 잡을 수 없습니다.

[앵커]
우리도 음주운전자 면허를 더 강력하게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보는 건 어떨까요?

[기자]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19년, 음주 사망 사고를 내면 면허를 영구 박탈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오히려 무면허 운전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고, '생계형 운전자'에겐 과도한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앵커]
결국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행위 자체를 못하게 하는 방법이 필요해보이는데, 최근 그런 장치를 차 안에 설치하는 방법도 논의한다면서요?

[기자]
네, 음주 운전이 적발되면 해당 운전자의 차에 ‘음주 측정기’를 달아,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면 시동이 안 걸리게 하자는 건데, 2009년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됐고, 현재 국회에도 비슷한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그런데 기기 가격이 200만원에 달해 장착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또 장치 부착 '낙인 찍기’로 인권침해가 이뤄지는 건 아닌지 등 갑론을박이 계속돼 통과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정경일 /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제3자로 하여금 이러한 범죄전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에 개인정보 침해나 인권침해가 문제될 여지도…."

[앵커]
어떤 정책이든 양면이 있기 마련일테니 무고한 시민의 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만큼은 우선적으로 막아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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