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가 외제차 조작 못 해 음주운전 한 40대男… 2심서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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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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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종료 1년 만에 ‘재범’
’윤창호법’ 위헌… 음주운전 감형 사례 증가

외제차 조작을 어려워하는 대리운전 기사를 돌려보내고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한 40대 남성이 2심에서 감형됐다. 해당 남성은 음주운전 재범임에도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지상목)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차모(47)씨에 대해 지난달 26일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음주운전 일러스트./조선DB

차씨는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사거리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약 100미터(m) 차량을 운전했다. 당시 차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5%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차씨는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대리운전 기사가 차량 조작이 어렵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차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리운전 기사가 자신의 차량을 왕복 4차로 도로 한 차선에 차량을 세우고 가버려 교통 혼잡이 예상돼 자신이 운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차씨의 차량 모델은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로, 일반적인 차량과 비교해 조작이나 운전 방식이 일부 달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차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차씨가 지난 2018년 6월에도 음주운전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재범자라는 점을 들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경각심이나 죄의식 없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준법의식이 결여된 태도에 비춰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 이후 스스로 음주운전 재범예방 교육을 이수하는 등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 재판부도 “재범 위험성이 높아 보여 피고인에 대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당초 음주운전을 하지 않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한 점, 차량을 처분하는 등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차씨에 대한 형량을 줄였다.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고 상습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 위헌 판단을 내린 이후 항소심에서 음주운전 형량이 줄어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윤창호법’에 대한 위헌 판단이 다른 재경지법 재판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원정숙 정덕수 최병률)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최근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또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허일승)도 음주운전으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권모(31)씨에게 지난달 13일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변호사는 “음주운전 재범에 대한 법정형이 똑같아졌는데, 당연히 재범에 대한 비난 가능성과 형량은 달라져야 한다”며 “위헌 판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재판부도 있지만, 아무래도 헌재 판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감형되는 사례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위헌 판단을 내릴 당시 내세운 근거들을 고려해 대체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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