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불명인데 생부가 가해자와 일방적 합의…“사과도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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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09. 오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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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20대 대학생이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사경을 헤매다 석 달여 만에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그사이 데면데면 지내 온 생부가 가해자와 합의를 한 걸 알게 됐습니다.

피해자는 사과 한마디 못 받았다며 합의금을 돌려주겠다는 입장인데요.

어떤 사연인지, 윤현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신호 대기 중이던 오토바이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였습니다.

26살 대학생 황 모 씨는 이 사고로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습니다.

100일 넘는 입원 치료 끝에 겨우 의식을 되찾았지만, 아직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태입니다.

[황○○/음주운전 피해자 : "머리를 많이 다쳐 가지고 실명을 할 뻔했대요. 오른쪽 눈은 안 보여요."]

황 씨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황 씨 생부는 가해자에게서 3천만 원을 받고 합의했습니다.

황 씨 생부는 재혼 뒤 아들과 10년 넘게 함께 살면서도 용돈이나 학비를 거의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황 씨와 누나 주장입니다.

중학생이 된 뒤로 용돈과 학원비는 직접 벌어야 했다고도 합니다.

[황○○/음주운전 피해자 : "다시 다 돌려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고난 거지 아빠가 사고난 게 아니기 때문에."]

[황 씨 누나 : "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동생이 너무 힘들 수 있는, 상처받을 수 있는 선택을 하신 것 같아서..."]

피해자 본인의 동의 없는 합의라도 재판에선 가해자에게 유리한 양형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정경일/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양형 요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형사 합의입니다. 적어도 피해자 의사는 확인하고 합의 절차가 이뤄져야 되고..."]

황 씨 생부는 양육 의무를 다해 왔다며, 합의금은 간병비로 쓰고 나머지는 보관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김형준/영상편집:박장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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