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운전대 잡았는데도 '무죄'...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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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31. 오후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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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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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았더라도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사례가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가 주행을 못 하는 상태거나 시동을 건 것만으로는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건데요.

더 엄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임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6년 1월 29일 새벽.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향하던 김 모 씨가 잠에서 깼을 때, 차는 도로 한복판에서 사고가 나 있었고 대리기사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 씨는 만취 상태에서 직접 시동을 걸고 차를 이동시키려다가 경찰에 적발됐고, 이후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에선 모두 무죄가 났습니다.

차가 고장 나서 주행할 수 없었다는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한 뒤 가속페달을 밟은 건 주행 준비 과정에 불과하다며, 이것만으로 음주운전 죄가 성립한다고 할 순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발한 검사 측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차가 움직여도 법원에서 무죄로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서울 성동구의 도로에서 건물 주차장까지 10m를 음주운전 한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차량이 계속 정차했으면 교통을 방해하고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었던 '긴급피난' 상황이었단 점이 인정됐습니다.

대리기사를 부른 뒤 운전석에 앉아 있다가 차를 3m가량 움직이고도 무죄를 선고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실수로 기어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법조계에선 음주운전에 관대한 사회적 통념이 여전히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경일 /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음주운전 자체를 고의범으로 보지 않고 과실범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고의범으로 보고 고의범에 준해서 처벌할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와 함께 음주운전 죄에 대해서는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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